55년만에 복간한 잡지가 실패 우대 채용을 하는 이유
2026-10-02
실패 우대 채용이라는 여섯 글자가 붙은 채용 공고 한 장이 화제가 됐습니다.
실패 우대 채용 공고, 무엇이 화제였나
사상계는 쉰다섯 해 만에 복간한 잡지입니다. 그 잡지가 낸 첫 채용 공고에는 “실패한 분 우대합니다”라는 한 줄이 적혀 있었습니다. 경력이 아니라 실패담을 먼저 묻는 채용이었죠. 중앙일보가 이 공고를 다루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왜 눈에 띄었나
채용 담당자들은 대체로 공고 문구가 다른 회사와 똑같아진다는 고민을 합니다. 성실, 열정, 소통 능력 같은 말을 늘어놓으면 지원자는 회사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사상계의 공고는 여기서 갈라집니다. 실패한 분을 우대한다는 한 줄로 어떤 사람을 찾는지 먼저 말해 버린 겁니다. 이 문장은 조직이 무엇을 견딜 수 있는지도 같이 말해 줍니다.
실패 우대 채용을 오늘 우리 공고에 옮기는 법
결론부터 말하면 바꿀 곳은 우대 사항 한 줄입니다. 성실하고 열정적인 분 대신,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적는 방식입니다. 사상계는 실패한 분 우대한다고 적었습니다. 이 한 줄이 곧 회사 소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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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질문은 순서가 중요하다
면접 질문도 성공 사례 대신 실패 경험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순서가 중요합니다. 무엇을 실패했는지 묻고, 그때 무엇을 바꿨는지 묻고, 지금은 어떻게 일하는지 묻는 세 단계가 이어져야 실패가 자산으로 읽힙니다. 마지막 질문이 없으면 실패담 자체를 평가하게 됩니다. 지원자에게 실패 경험을 감점으로 쓰지 않는다는 것도 미리 알려 줘야 합니다. 이 말이 없으면 지원자는 안전한 실패만 꺼내 놓습니다.

내부 평가 기준도 같이 바꿔야 합니다. 공고는 실패를 환영하는데 면접관은 공백 기간을 감점한다면 지원자는 금방 알아차립니다. 이 세 가지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이 순서대로 했을 때 채용 결과가 좋아진다는 연구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효과를 단정하지 않고 공고 한 건으로 먼저 시험해 보는 방식을 권합니다. 면접관 교육도 같이 필요합니다. 같은 질문을 던져도 반응이 다르면 지원자는 회사를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실패를 경로로 읽은 다른 이야기들
사상계의 공고는 단순한 문구 놀이는 아닙니다. 같은 시기에 나온 다른 이야기들도 방향이 비슷합니다. 강연 플랫폼 테드는 전과자 출신 시인 레지널드 드웨인 베츠의 강연을 새로 게시했습니다. 교도소 안에 도서관을 짓는 이유를 말한 강연입니다. 같은 주에 테드는 농구선수 캔디스 파커의 강연도 게시했습니다. 한계를 받아들이지 않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결과가 아니라 경로입니다.
리더십 쪽 조언도 같은 흐름입니다. 안트러프러너는 리더십 스타일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발할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포브스는 리더가 성장하려면 통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습니다.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는 여성 창업자들이 창업에 나서는 동기를 분석한 연구를 실었습니다. 동기를 본다는 건 결과 이전의 과정을 본다는 뜻입니다.
다만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가 능력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사상계 공고도 실패한 사람을 무조건 뽑는다는 말은 아니라고 읽힙니다. 실패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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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서 이 공고가 읽히는 맥락
중앙일보가 이 공고를 다룬 날은 구월 이십구일입니다. 같은 날 다른 기사들도 비슷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인공지능 시대의 업무 연구를 모은 콘텐츠를 냈습니다. 뉴시스는 곽효정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인공지능이 답을 바로 주는 시대에 교육은 독서로 판단력을 기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답을 아는 것은 점점 흔해지고 있고, 답이 없던 자리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남습니다.
한국 상황에서는 경력 공백이나 폐업 이력이 감점으로 다뤄져 온 관행 때문에 이 방식이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공고 한 줄만 바꾸면 오히려 지원자가 진짜 그렇게 봐 주느냐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관리자 쪽 조건도 같이 봐야 합니다. 쿼츠는 밤에 업무를 곱씹는 관리자일수록 다음날 더 나쁜 상사가 된다는 연구를 전했습니다. 여유가 없는 면접관은 안전한 답만 편하게 듣게 됩니다. 인크는 뛰어난 리더십이 결국 공감이라는 한 가지 행동에서 나온다는 칼럼을 실었습니다. 실패를 묻는 채용은 결국 공감 없이는 굴러가지 않습니다.
사이포스트는 희망적인 영상을 짧게 보는 것만으로 우울감이 줄어든다는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다만 이건 짧은 효과에 대한 연구라 채용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실패를 묻는 채용은 관대함이 아니라 판단 방식의 변화입니다. 사상계 공고는 아직 화제가 된 단계이고, 채용 결과가 확인된 사례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 공고의 첫 줄을 다시 읽어 보는 일은 오늘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TED, 캔디스 파커 강연 — ted.com — How to break down barriers and not accept limits
- TED, 레지널드 드웨인 베츠 강연 — ted.com — Why I’m building libraries inside prisons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AI 시대 업무 연구 모음 — hbr.org — A Collection of HBR’s Most Insightful Research on AI at Work
- 프런티어스, 여성 창업자 동기 연구 — frontiersin.org — Frontiers | From need to action: exploring the motivations…
- 안트러프러너, 리더십 스타일 계발 기사 — entrepreneur.com — Your Leadership Style Isn’t Fixed. Here’s How to Cultivate…
- 인크, 공감 리더십 칼럼 — inc.com
- 포브스, 리더십 역설 칼럼 — forbes.com — The Leadership Paradox: To Grow, You Have To Let Go
- 쿼츠, 관리자 야간 업무 곱씹기 연구 — qz.com — Managers who think about work after hours are worse leader…
- 사이포스트, 희망적 영상과 우울감 연구 — psypost.org — Brief exposure to uplifting YouTube clips eases depressive…
- 중앙일보, 사상계 실패 우대 채용 공고 기사 — 중앙일보 — “실패한 분 우대합니다” 희한한 패자부활전…이색 채용 띄운 이곳
- 뉴시스, 곽효정 교수 인터뷰 — newsis.com — 곽효정 "AI 답변시대, 교육은 판단력 길러야…독서로 출발"